배워서 남주자
요즘 인문고전에 관한 책들을 읽어보고 있는데, '세인트존스의 고전 100권 공부법'이라는 책의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실제로 미국의 세인트존스라는 대학을 졸업 후 이 대학 4년간의 과정들에 대해 소개한 책입니다.
이 책의 구성은 총 7개의 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1. 세인트존스를 소개합니다.
2, 진짜 공부하는 법 배우기
3. 세인트존스는 어떻게 공부하는가
4. 핵심 교양을 키우는 학교
5. 영어로 하는 세인트존스의 독서, 토론, 작문
6. 방과 후의 세인트존스
7. 내가 세인트존스에서 배운 것
이 책은 고전에 대한 책 소개와 고전을 공부하는 법을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학년별로 배우는 고전을 소개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제가 기대하는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저처럼 고전 공부하는 법을 기대하고 읽으시는 분은 조금은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세인트존스라는 대학에 관심이 있거나 대학에서 제대로 인문고전을 배워보고 싶은 사람들에 필요한 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쨌든 고전을 어떻게 공부하는지 궁금해서 책을 읽었는데, 저도 모르게 세인트존스라는 대학을 소개하고 있네요ㅋ
요즘은 신입생 때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거나 취업을 준비하느라 정말 바쁘죠.
요즘 대학생들은 과연 독서나 토론을 얼마나 할까요?
다들 바쁘게 사느라 생각이나 할 시간은 있을까 싶습니다.
만약 우리나라에도 세인트존스처럼 4년 동안 고전을 읽고 토론하는 대학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만약 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취업 준비만 할지, 4년간 성실히 고전을 익힐지...
만약 4년간 과정을 성실히 이수한 후에 어떤 분야로 취업이 가능할지...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조금은 많이 동떨어진 대학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인트존스 대학은 강의와 교수가 없는 대신 대학의 교수와 비슷한 튜터라는 개인 지도교사(?)가 있습니다.
일방적인 강의를 해주는 교수와는 다르게, 학생과 함께 공부하며 토론하는 역할이죠.
이전에 읽었던 책에서도 나온 것처럼 고전은 읽고, 토론하고 생각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하죠.
세인트존스 대학에서는 4년간 이런 과정들을 실제로 익히는 대학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 외에도 수학, 과학, 음악, 언어를 함께 배웁니다.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은 많이 들어봤을 거라 생각합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짐으로써 스스로 깨닫게 하는 방식이죠.
메타인지 학습법과 비슷하네요.
아이들에게도 간혹 대화 시 시도하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세인트존스의 튜터가 소크라테스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답변을 유도하여 스스로 잘못된 것을 깨닫게 되는 꼬리물기 질문형, 학생들이 하고 있는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있다가 핵심적인 질문을 던지는 핵심 질문형, 학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유도하며 깨닫게 하는 자발적 꼴찌형... 등
4년간 세미나도 진행하게 되는데, 학년별 세미니 리딩 리스트를 일부 올려보니, 고전 선택에 참고해보세요.
1학년 세미나 리딩 리스트호메로스 <일리아스> / <오디세이아>, 헤로도토스 <역사>, 플라톤플라톤 <고르기아스>, 플라톤 <국가>, 플라톤 <변명>, <크리톤>, <소피스트>2학년 세미나 리딩 리스트리비우스 <로마 건국사>, 플루타르코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타키투스 <연대기>, 아리스토텔레스 <영혼론>,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 마이모니데스 <방황하는 자들을 위한 안내서>, 단테 <신곡>, 마키아벨리 <군주론>, 셰익스피어 <오셀로>, <맥베스>, <리어 왕>3학년 세미나 리딩 리스트세르반테스 <돈키호테>, 데카르트 <제일 철학에 관한 성찰>, 파스칼 <팡세>, 로크 <통치론>, 스위프트 <걸리버 여행기>, 라이프니츠 <철학 논문집>, 흄 <인성론>, 칸트 <순수 이성 비판>, 워즈워스 <서곡>,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루소 <사회계약론>, 호손 <주홍글씨>4학년 세미나 리딩 리스트톨스토이 <전쟁과 평화>, 마르크스 <경제학 철학 수고>, 듀보이스 <흑인의 영혼>, 도스토옙스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세미나 리딩 리스트의 일부만 올려보았지만 사실 저 많고 어려운 책을 4년간 읽고 소화하기는 불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대학시절을 생각해보면, 전공책도 절반도 못 배우고 끝난 과정도 수두록 했으니까요.
실제로 세인트존스 대학에서도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기도 하지만, 특정한 부분만 읽고 넘어가는 책도 많은 편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4년간 고전 100권을 읽고 다음의 두 가지를 얻었다고 합니다.
첫째는 인류의 '생각의 과정'을 시대순으로 엿볼 수 있었고, 시대만 다를 분 그들도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고민을 해왔고 그에 따른 가치관을 하나하나 세웠다는 것
두 번째는 고전 100권을 다시 읽어야겠다는 절박한 다짐
뭔가 엄청난 것을 기대했었는데, 조금은 아쉽네요.
하지만 저자가 알게 모르게 배운 것들이 더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보며 포스팅을 마무리합니다.